2022.02.16
미스슬로운 (Miss Sloane) 해석 및 주절주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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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운은 과연 신념으로만 총기규제 법안 캠페인을 했는가? 하면 절대 아님. 슬로운은 자신이 말했던 것처럼 경쟁심, 승리를 위해 한 것에 가까움. 슬로운의 신념은 총기규제 법안 반대 캠페인을 거절했음. 아마 그녀는 끝까지 그 캠페인을 안맡았을 것이고 이것이 신념이 한 역할.
그러나 경쟁 기업으로 이적해 찬성 캠페인을 한건 호승심임. 슈미트가 로비스트로서의 그녀를 건들였으니까. 이적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한 날 제인에게 전화걸어서 소크라테스는 책도 안썼으면서 어떻게 유명하냐는 질문은 슬로운의 미래를 암시하는 장치임. 소크라테스는 플라톤의 책에 인용되어 유명해진 인물임. 그는 독배를 마시고 죽었고 그 죽음으로 자신의 사상을 지켜내고 완성한 인물임. 그리고 그 죽음으로 파급력을 떨쳤음. 슬로운도 자신을 희생하는 방법으로 승리를 이룸. 그 방법 덕에 정치판를 뒤흔들었음. 역설적이게 이 승리는 슬로운에게 모든 것을 잃게하는 승리이고 그렇기 때문에 "내 커리어보다 중요하다."는 신념과 맞닿을 수 있었음.
슬로운은 자기 생각과 맞지 않으면 동업하지 않는 로비스트지만 동시에 양심을 따르지 않고 승리에만 집착하는 로비스트. 전에 없던 큰 승리를 위해 모든 수단 가리지 않고 동원한 그녀가 자신을 무기 삼음으로써 오히려 신념이 완성되는 모습은 정말 ...... 짱. 다만, 슬로운이 제인에게 어째서 그걸 물어보는 걸로 이적을 결정했을까 추측해보자면 소크라테스가 자기 철학을 고집하여 명성이 높아진 만큼, 슬로운도 자신이 믿는 일(남들은 해낼 수 없을거라 본)로 성공하여 승부욕을 채우고 싶은 것 아니었을까.. 하고 조심스레 생각. 아마 슬로운도 소크라테스처럼 로비•정치판에서 두고두고 회자되는 사람이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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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보니 또 보이는 것: 엘리자베스가 공항까지가서 에스미한테 사과하며 자기는 선을 모른다고 한 거 솔직히 가식인 줄 알았음. ....이건 내탓이 아니라 번역탓이라고 일단 책임을 미뤄봄. 그렇게 똑똑한 사람이 진짜 선을 몰랐을까?를 나도 같이 생각했기때문에.. 네가 원한다면 캠페인에서 물러나겠다는 말도 에스미라면 물러나라고 하지 않을 것을 알기에 한 말이라고 생각했었음. 그러나 다른 자막으로 재탕하면서 속 뜻이 달리 읽히니까 진심일 수도 있겠구나 느꼈음.
"난 선을 어딘지 몰랐어."하고 "항상•••"이라는 늬앙스를 가졌을 때 이래서 지진을 쓰기로 한 거구나 이해가 되었음. 슬로운도 어쩌면 회한 비슷한 감정이 있고 그게 에스미로 인해 극대화(혹은 거의 없었으나 갖게 된 계기) 되었구나. 이렇게 죄책감 갖지만 다시 돌아가도 슬로운은 또 같은 선택을 했을거라는게 마음에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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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미와 마지막으로 눈빛교환하는 장면 사람마다 다르게 해석해서 흥미롭다. 감정이 많이 절제되어있어서 가능한..
난 슬로운이 용서를 구하고 있다고 보았음. 청문회에서 자신이 동료를 배신했고 목숨을 위험하게 한 것은 서류 위조보다 더 막중한 죄이고 그걸 인정하며 사과했음. 그것의 증명은 지진이고. 앞으로 예견된 승리로 슬로운은 자신의 과거 행동에 대한 약간의 정당성, 위안을 주고 싶었던 것 같다.
그렇지만 에스미의 눈빛을 보고 그 어떤 걸 들이밀어 사과를 해도 용서받을 수 없겠구나 싶었다. 에스미는 명백하게 사과를 거절한 걸로 보였고 슬로운도 실은 이걸로 용서받을 수 없는 걸 알고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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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운은 패션에 대한 관심이 없댔음. 그녀가 입는 의상들은 그저 상대방에게 신뢰를 주는 도구이기 때문에 하는 것 일뿐. 스타일리스트를 고용해서 대충 신상 오피스룩을 챙겨입는 것임. 화장도 마찬가지. 검은 네일은 실제 여성 로비스트들이 많이들 한 악세사리라 한 거고. 포드의 필요성은 사람마다 생각하기 나름인 것 같음 슬로운이 원래 남성이었다가 여성으로 바꾼 그 흔적일수도 있고 아니면 캐릭터성을 강화하는 수단일 수도 있고.. 암튼 난 포드에 대해 긍정적. 조금 생각해보면 슬로운은 직접 자기 입으로 페미니즘에 관심이 없다고 한 사람인데 화장을 하는게 비논리적이진 않음. 페미니즘에 관심없는 영리한 사람은 화장을 안해서 인식을 바꾸기보다는 그 인식을 이용하는게 더 효과적인것을 알테니까.
(그렇지만 슬로운의 행보는 그 자체로 페미니즘인 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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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슬로운에서 이해가 안되는 것이 두 가지 있는데 하나는 슬로운의 무너짐, 또 하나는 내부 스파이를 어떻게 잡아냈는지이다.

이 장면 말야, 처음 봤을 때는 죄책감이랑 쉴새없이 달려서 누적된 피로, 실패가 가까워져서 오는 조급함과 짜증 그리고 제일 가까운 사람 중 하나였던 제인에게서 거부. 특히 제인의 거부가 자기 주변에 남아있는 사람이 없다는 허탈함과 외로움을 상징한다고 보았거든. 그런데 다시 보니까 제인은 슬로운 편이었고 리즈가 건 전화는 오히려 청문회 증거를 쓰라는 신호였는데 이러면 해석이 또 달라지지않나.
슈미트의 "끝이 보이는데 이 일을 왜 관두지 않느냐"는 말에 "관두면 뭐하냐"는 슬로운의 말은 자기가 준비해둔 무기를 사용한다는 결심을  암시하는 거라고 봄. 리즈가 저렇게까지 짜증이 난 행동은 그럼 최악으로 상정해둔 자신의 무기를 빼어든다는 것에 대한 감정적인 행위인걸까? (ex.분풀이)
흠........
일단 난 서류 던지기 전에 각성제 통을 손에서 굴리는건 불안감이라고 봤음. 청문회에서 말을 고르기 위해 물을 마셨던 것처럼 제인에게 지시를 내리기 전 숨어있는 불안감을 골랐던거지.

결국 던져진 서류 속에서 뒤적이며 각성제를 찾아 삼켰던건 그럼에도 내린 슬로운의 선택인거고 로비스트로서 회심의 한방을 날리기 위해 마지막까지 생각하기 위한 수단이었던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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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드 슬로운에게 진심인거 보여서 웃김 ㅎㅋㅋㅋㅋㅋㅋ 누가봐도 호감있는 사람. 자기 진짜 이름 알려준거나, 자기 사생활 털어서라도 슬로운 정보 알고 싶어하고, 밖에서 아는 척한 것 까지. 마지막에 위증한 거는 호감 반 신념 반일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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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운은 지진을 쓰지 않을 기회가 있었다면 안 썼을거야. 그래야만 이겨야하는 상황이 왔기 때문에 썼을 뿐. 슬로운이 술을 마시고 책상을 엎은 것도 모두 성공을 하기 위해 짓밟힌 자신의 미래를 예견했기 때문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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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소한 슬로운은 어떨까? 로비판을 영영 떠날까? 돌아오기는 아무래도 어렵겠지.
진실을 폭로할 정도로 위험하고 성공에 집착하는 로비스트를 고용해주는 오너가 나타났으면 좋겠다가도, 오히려 정치계를 떠나서 깊은 숙면을 취하는 슬로운이 보고 싶기도 하고.


-언제든지 내용 더 추가될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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